이 영화, <올빼미>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전단지라도 뿌리고 싶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17년 만의 데뷔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였죠. 이 영화는 단순히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쫓는 스릴러가 아닙니다. 보았으나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목격한 한 개인의 사투를 통해, 광기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유독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진실을 목격하고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그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1645년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2025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

보았으나 말할 수 없는 진실 🤔
주인공 '경수'(류준열)는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 침술사입니다. 그는 우연히 궁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영화의 공기는 이 순간부터 완벽하게 바뀝니다. '못 본 척'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 진실을 말하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의 숨 막히는 대립이 시작되죠.
이 영화는 '본다'는 것의 무게를 묻습니다. 진실을 본 자는,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있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지 않나요.
광기, 권력이 되다 📊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인조'(유해진)입니다. 우리가 알던 코믹한 이미지의 유해진은 없습니다. 오직 권력에 대한 집착과 편집증적 광기만 남았죠. 그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진실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무엇'에만 반응합니다.
권력자의 광기는 그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 광기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시스템을 통해 '권력' 그 자체가 됩니다. 진실을 말하는 자는 '미친 자'가 되고, 권력자의 광기는 '질서'가 됩니다. 이 서늘한 역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유독 낯설지 않았던 이유
경수가 진실을 외칠수록 궁지에 몰리는 장면들. 여성이라면, 혹은 이 사회에서 '을'의 위치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 겁니다. '네가 봤다는 것을 누가 믿어주지?'라는 무언의 압박. 진실을 말하는 개인을 거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짓밟는지, 이 영화는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탈진실 시대'라는 말이 있죠. 인조실록의 한 줄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진실'이 힘을 잃은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목격하고 있나요.
더 이상 진실을 외친다는 이유로 '올빼미' 속 경수와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눈 감고 귀 닫은 세상이 아닌,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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