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애니메이션이라 치부하기엔, 이 영화가 주는 울림이 너무 크다. 전단지라도 뿌려, 상처받은 모든 어른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스노우 몬스터>는 화려한 영상미 너머로 우리에게 묻는다. 차가운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연의 경이로움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아빠를 잃은 소녀 '이'가 예티 '에베레스트'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
차가운 도시, 따뜻한 연대의 시작 🤔
영화는 거대하고 소란스러운 상하이의 아파트 숲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이'는 가족과의 대화도 피한 채,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는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바이올린뿐.
이런 삭막한 공간에 나타난 예티 '에베레스트'는 그녀의 닫힌 일상에 균열을 내는 이질적인 존재다.
그를 쫓는 어른들의 탐욕을 피해, 소꿉친구 '진'과 '펭'까지 합세한 이들의 여정은,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도시 아이들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연대하는 따뜻한 시작점이다.
자연의 경이로움, 인간의 탐욕을 꾸짖다 🌱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자연' 그 자체다.
에베레스트의 신비한 능력으로 유채꽃밭은 거대한 파도가 되고, 러산 대불의 머리 위로 꽃이 피어난다.
카메라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대자연을 스크린 가득 펼쳐내며,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상기시킨다.
이런 경이로운 풍경은 오직 예티를 '포획'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탐욕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자연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어른들의 모습은, 자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듯하다.
이 영화가 유독 낯설지 않았던 이유
아빠의 죽음 이후, 슬픔을 표현하는 대신 일과 돈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주인공 '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괜찮은 척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현대인의 모습과 꼭 닮았다.
그녀가 에베레스트와 교감하며 아빠의 바이올린을 다시 켜는 장면은, 잊고 있던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되찾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상실의 아픔은 다른 존재와의 진정한 연결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
결국 '에베레스트'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여정은 '이'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에베레스트 산의 예티가 아니라, 자연과 타인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더 이상 영화 속 빌런처럼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소중한 것을 파괴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아름다운 동화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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