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Battle After Another》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의 새로운 정치 서사 액션 드라마로, 토머스 핀촌의 소설 Vineland를 모티브로 각색된 작품이다.
주연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체이스 인피니티, 테야나 테일러가 맡았으며, 이념과 가족, 권력과 윤리의 충돌을 섬세한 심리 연출로 담아냈다.
Rotten Tomatoes 지수는 92%, IMDb 평점은 8.2점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리뷰에서는 줄거리 요약부터 연출 분석, 메시지 해석, 개인적 느낀점, 그리고 관람 팁 순으로 정리한다.
줄거리 요약 — 이상을 잃은 혁명가, 그리고 딸을 찾는 여정
이야기는 한때 혁명 조직 French 75의 리더였던 밥 퍼거슨(Bob Ferguson)이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자신의 딸 윌라(Willa)가 정부기관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밥은 한때 이상과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과 상실감 속에서 살아가는 과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는 오랜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퍼피디아(Perfidia)를 다시 만나며 딸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하지만 여정은 단순한 구출극이 아니다. 국가 감시, 반체제 조직, 그리고 과거의 배신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점차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층위로 확장된다.
중반부에는 16년 후의 시간 점프가 등장한다. 성인이 된 윌라는 스스로 체제에 맞서는 언론인이 되어, 아버지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때 두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부녀 관계를 넘어, 이상과 현실, 죄와 용서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결말부에서 밥은 정부군과 마지막 전투를 벌이며, 자신의 삶이 단 하나의 ‘전투’였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화려한 폭발 대신, 아버지와 딸의 대화로 끝을 맺으며 ‘한 전투가 끝나도 또 다른 싸움은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연출 및 인물 분석 — 상처 입은 영웅과 냉정한 현실의 충돌
밥 퍼거슨은 과거의 이상과 현재의 허무를 동시에 품은 인물이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한 영웅상이 아니라, 실패한 세대의 초상으로 그려진다.
앤더슨 감독은 밥의 심리 변화를 조명과 음향의 대비를 통해 시각화한다. 어두운 실내에서는 밥의 내면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빛과 그림자를 교차시키며, 야외 장면에서는 냉정한 청색 조명을 사용해 그가 세상과 단절된 인물임을 드러낸다.
딸 윌라는 반대로 밝고 단단한 에너지로 대조를 이룬다. 그녀는 아버지의 과거를 비판하면서도, 결국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퍼피디아는 혁명과 사랑, 권력과 신념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으로, 영화의 감정선 전체를 끌고 가는 핵심 축이다.
연출 면에서 앤더슨은 ‘정지된 긴장감’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고, 인물의 얼굴을 고정시킨 채 관객으로 하여금 ‘심리의 폭발’을 체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은 그의 전작 《The Master》와 《There Will Be Blood》의 감정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절제된 리듬과 서사적 냉정함이 돋보인다.
평단에서는 “앤더슨의 연출은 폭력보다 침묵을, 액션보다 내면을 강조했다”고 평가한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과 현실의 충돌을 탐구하는 서사적 실험으로 자리 잡는다.
메시지 해석 — 이상, 죄, 용서 그리고 다음 전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제목 그대로, 끝나지 않는 싸움의 은유를 품고 있다.
첫째,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밥은 한때 혁명을 위해 싸웠지만, 그 이상은 결국 타락과 권력욕으로 변했다.
그의 여정은 우리가 믿어온 신념이 언제, 어떻게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지를 묻는다.
둘째, 죄와 용서의 문제다. 그는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을 잃었고, 그 죄책감은 윌라와의 관계에도 깊은 균열을 남긴다.
그러나 영화는 용서를 단순한 화해가 아닌, 자기 인식의 과정으로 보여준다. 즉, 용서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 위한 ‘내면의 전투’라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세대 간의 갈등과 계승이다. 윌라는 아버지의 과거를 부정하면서도, 결국 그가 싸워온 신념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받는다. 이는 세대 간 단절이 아니라, ‘투쟁의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저항의 지속성이다. 앤더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밥의 독백을 통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형태만 달라질 뿐”이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 우리에게 남은 전투는 무엇인가?
개인적 느낀점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한 인간이 신념과 현실, 이상과 죄책감 사이에서 얼마나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적 서사다.
나는 밥이 마지막 장면에서 딸을 바라보던 눈빛에서, 패배가 아닌 평화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